제프 베조스 회장의 경영철학 "돈 벌어주는 고객을 두려워하고, 내 앞에서 `NO`하는 직원 돼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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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서점을 차린 지 10여년 만에 시가총액 300억달러(약 28조원)짜리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며 대부분의 온라인 회사가 간판을 내렸지만 아마존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4~6월) 순이익은 78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었고 주가는 올 들어 130%가량 급등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근호에 아마존의 사령탑인 제프 베조스 회장(43)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4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답게 대답은 톡톡 튀었다.
그러나 담고 있는 의미는 묵직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경쟁자 대신 고객을 두려워하라"
고객 중심의 경영은 베조스 회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경쟁자 대신 고객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었다.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경쟁자가 아니고 고객이기 때문이다." 베조스 회장의 명쾌한 설명이다.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업 아이디어가 뉴욕과 시애틀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CEO 한 사람의 직관으로 사업을 이끌다가는 금방 회사를 말아먹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회사의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고민에서 나온다"며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시니어팀 미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시니어팀'은 매주 화요일마다 소집돼 4시간씩 회사 현안을 논의한다.
일년에 한두 번은 이틀 코스의 워크숍도 개최한다.
이런 팀미팅은 각 직급별로도 촘촘히 꾸려져 있다.
◆"모든 직원이 나에게 'NO'라고 한다"
베조스 회장은 아마존의 기업문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점으로 '가족 같은 비공식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아마존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고 상급자의 지시라 해도 아니다 싶으면 언제나 손을 든다.
"당신 앞에서도 과감히 'NO'라고 하는 직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베조스 회장은 잠깐 뜸을 들였다.
"글쎄요,전 지금 우리 직원 중 누가 'NO'라고 하지 않았던가 떠올려 보는 중인데,잘 생각이 안 나네요." 매출액 130억달러짜리 거대 기업 CEO의 대답이다.
◆"전망은 아이큐 80짜리도 한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답게 베조스 회장은 '뜬구름 잡는 전망'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중시한다.
'전망은 아이큐 80만 돼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물건으로 '책'을 처음 선택한 것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온라인 사업이 뜰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나 쉽게 했다.
그러나 아이템 선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치밀한 시장조사를 했다.
고객들이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결제이행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구체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곧바로 저가 상품 리스트를 뒤졌다.
베조스 회장은 "돈을 떼이더라도 타격이 적고 어디서 사더라도 거의 동일한 품질인 물건이 바로 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